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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인은 언제든지 물 곁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물 곁으로 가서 가만히 손을 넣어 물의 체온을 재는 사람이다.

시인은 언제든지 나무 곁으로 다가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가령 들메나무 곁으로 가서들메야하면서 가장 깊이 끌어안을 줄 아는 사람이다.

물의 속살을 만지면서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신열이 높은지 낮은지 재고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다.

물이 가만히 밀려올 때가슴을 열어 그 물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나무가 몸을 기울여 올 때가령 들메나무가 제 몸을 기대 올 때그 몸을 하나도 안 무겁게 척받아서 오래 서 있는 사람이다.

시인은 길을 걸으며 달의 이마를 짚고길의 맥박을 재는 사람이다.

달이 하늘에서 아래를 보며저기 달 한 덩이 길 위에 떠간다고 손가락을 가리키게 하는 사람이다.

별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며참 많은 생각이 별처럼 돋아나는 사람이 저기 있다고 수근대게 하는 사람이다.

시인은 나이가 들면 서리를 모아 턱 밑에 붙이고눈을 모아 머리에 얹는 사람이다.

누가 저더러 시인이라고 하면시인은 무슨 얼어죽을하며꾸부정하게 엎드려 시를 쓰는 사람이다.

몸이 붓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사람이다.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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