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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

 

갈대와 억새를 분별하지 못 하던 시절을 지나,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분별하지 못 하던 시절을 지나.

나 한참 걸어와 이 강둑을 걷는다.

가을 속으로 길게 뻗은 길을 걸으며,

나 이제 고마리꽃을 보고 고마리꽃을 알고,

며느리밑씻개를 보고 며느리밑씻개를 알며,

물봉선을 보고 물봉선을 안다.

남근처럼 솟구친 수크령을 안다.

노을과 함께 저물며 낙동강 긴 제방길 걷는다.

쇠기러기며 물오리들 물가 모래톱에 앉아

오늘은 어디서 잘까 의논하는 사이,

노을은 강물에 담구었던 제 옷자락을 건져간다.

분별의 덧없음이여.

내 분별 없었던 시절 이 강둑을 걸은 적 있으며,

내 몸이 길이며 물인 채로 저들과 섞였으나,

오늘은 저들과 섞이지 못 한 채

다만 홀로 걷는 강둑길이여.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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