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당나무 열매는 안이 환해요
분홍빛 볼이 너무 고와서
네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백당나무 열매라 합니다.
붉은 진주알 소복이 모아놓은 듯,
수줍은 듯 수줍은 듯
볼을 감추는 척하면서,
제 몸 가장 깊은 속까지
짐짓 다 보여 주네요.
볼을 따라 노을이 잘 스며들도록
은근히 고개를 돌리면,
노을 또한 하는 수 없이
열매가 여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그 깊은 속으로 스며드는,
스며들어서 오래 머무는 저녁노을.
백당나무 열매는 안이 환해요.
그 안에서 번져 나오는
분홍빛 뺨이 너무 고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