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모의 노래
안녕 수련, 그리고 너의 친구들.
오늘은 비가 내리고,
비 내리듯 너에게 인사를 전한다.
어제는 꽃이 지는 걸 보았고,
석죽의 연한 꽃잎이었다.
지난해 가을이 생각나는지.
살 깊은 사과알이 뚝뚝 떨어져
시장바닥과 상점의 칸막이마다 마구 쌓일 때,
싱싱한 과육을 씹으면서
너희들은 살결이 고와지고 있었다.
그 해 겨울이 깊어갈수록
너의 맑은 두 눈은 연한 광채를 내면서
끝없이 깊어가고 있었고,
그먼 깊이로 가을이
긴 그림자를 끌고 무너지는 걸 보았다.
너희들이 그해 겨울을 보낸 뒤
손 시린 봄이 파랗게 다가왔다.
나는 목련이 지는 사월의 끝 어느 날,
한 여자를 생각하면서 울 뻔 했었다.
알게 될 거야 너도 커보면
어른이 어른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목련이 지고 있었다.
지금은 뜨거운 칠월.
문득 네가 그리워진다.
가슴살 부푼 널 이끌고
풍성한 과원을 찾으려 한다.
너는 이제 보게 될 거야.
따가운 가을 햇살이
그대로 과즙이 되는 눈부신 광경.
먼 구름까지 손을 뻗어
향기로운 물기를 휘어잡는 사과알들을.
너희들은 눈이 밝아져
지난해까지 보이지 않던
색실처럼 풀려내리는 영롱한 빛의 비,
무너지고 일어서는 한 떨기 풀꽃의 생리가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고,
너희가 아직 잘 모르던
사랑의 미묘한 흔들림,
흔들리는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할 거야.
안녕 수련 그리고 너희 친구들.
멀어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오늘은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