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따뜻한 팔
대구에서 의성 단밀까지 이백 리 차를 모는 초겨울 출근길. 해평 들판 위로 자욱이 떠오른 쇠기러기 떼를 보고, 기러기 떼 기럭기럭, 하면서 동요를 부르다가, 그 노래가 어쩌다 어머님 은혜로 이어졌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다. 쉰여섯이 저물어 가는 어른이, 그것도 한 학교의 교장이 동요를 부르다가 운다는 것이 같잖아서 참으려 했는데, 마구 솟구치는 울음이어서 노래도 안 되고 운전도 흔들려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더 울었다.
아, 어머니,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것 같애.
노래는 이절로 이어졌다.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 게 또 하나 있지.
안아 주고 업어 주신 어머님 은혜.
푸른 바다 그보다도 넓은 것 같애.
이제 얼음이 얼고 오리 날아드는 겨울인데, 무덤속에서 얼마나 추우실까. 살아계실 때 내 최고의 벼슬이 경상북도교육청 장학사였는데, 나는 그 때도 여든이 넘은 어머니의 젖을 만지곤 했었는데, 야가 왜 이래노, 손사래를 치시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는데, 한정도 없이 보고 싶어서 한 번 더 울고, 대강 수습하여 다시 차를 몰았다. 어머니 가신 지 십년. 그 동안 내 어깨가 그리 시리지 않았던 것이, 이제 보니 어머니의 길고 따뜻한 팔이 늘 내 어깨를 감싸고 있어서였다. 오른손을 들어 왼쪽 어깨에 얹힌 어머니의 손을 만지며 한 번 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