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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따뜻한 팔

 

대구에서 의성 단밀까지 이백 리 차를 모는 초겨울 출근길해평 들판 위로 자욱이 떠오른 쇠기러기 떼를 보고기러기 떼 기럭기럭하면서 동요를 부르다가그 노래가 어쩌다 어머님 은혜로 이어졌는데아무 생각 없이 그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다쉰여섯이 저물어 가는 어른이그것도 한 학교의 교장이 동요를 부르다가 운다는 것이 같잖아서 참으려 했는데마구 솟구치는 울음이어서 노래도 안 되고 운전도 흔들려서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더 울었다.

 

어머니,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것 같애.

 

노래는 이절로 이어졌다.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 게 또 하나 있지.

안아 주고 업어 주신 어머님 은혜.

푸른 바다 그보다도 넓은 것 같애.

 

이제 얼음이 얼고 오리 날아드는 겨울인데무덤속에서 얼마나 추우실까살아계실 때 내 최고의 벼슬이 경상북도교육청 장학사였는데나는 그 때도 여든이 넘은 어머니의 젖을 만지곤 했었는데야가 왜 이래노사래를 치시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는데한정도 없이 보고 싶어서 한 번 더 울고대강 수습하여 다시 차를 몰았다어머니 가신 지 십년그 동안 내 어깨가 그리 시리지 않았던 것이이제 보니 어머니의 길고 따뜻한 팔이 늘 내 어깨를 감싸고 있어서였다오른손을 들어 왼쪽 어깨에 얹힌 어머니의 손을 만지며 한 번 더 울었다.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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