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당화
유월 하늘 아래 흰색과 분홍색 꽃을
가득 피워 올리는 산당화를 보면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흰색에서 분홍으로 나아가면서,
분홍에서 흰색으로 나아가면서,
수줍은 듯 가만히 꽃잎 내미는 것이
오래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흰색을 건너 분홍에 이르기까지,
분홍을 건너 흰색에 이르기까지,
저리 고운 표정을 살려내기 위하여
그 뿌리며 줄기며 가지들이
저마다 얼마나 애를 썼겠으며,
저마다 얼마나 잠을 설쳤겠는가.
푸른 잎사귀들 또한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어느 쪽으로 몸을 눕히는 것이
푸른 유월의 하늘 아래
꽃의 한 시절을 위하는 길일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을 것이 아니겠는가.
한 나무의 뜻이 이렇게 깊고
한 나무의 생각이 이렇게 갸륵한 것을
가만히 꽃가지를 당겨 헤아려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