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이 내게로 오다
-탑리 시편 2
한 채의 탑이 가슴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내 가슴이 그 탑을 영접하고 있다
가벼운 목례가 있었던가
깊은 통증과 함께
탑은 약간 몸을 수그린 채 내 몸속으로 들어섰다
탑은 마음을 빚어 쌓아올린 사랑이며
그 사랑이 내게 온 것이다
금성산 능선에 걸린 붉은 노을과
천년의 시간이 번쩍이며 흘러들어와
오래 출렁이다 탑 속으로 스민다
물 아래 긴 그림자 거느리고
먼 길 한 척의 배로 떠나간다
일렁이는 물길 헤치고 넘어서며
내가 탑에게 길을 묻기도 하고
탑이 내게 길을 묻기도 하면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