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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속으로 울었다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생긴다지난 일월 중순 어느 날 밤이었던가신년 술을 한잔 하는 자리에서 선생님너무 늙으셨어요하면서 놈이 있었다나는 짐짓 웃었지만이보다 눈물겨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시골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편동석 선생은 쉰다섯에 접어들고 있는 나를 두고 울었다오십이 넘은 남자가 오십을 조금 더 넘긴 남자를 위해 운다는 것울 수 있다는 것나는 생각한다어쩌면 이것은 이 땅에서 백 년만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나는 또 생각한다언젠가는 내가 그를 위해 울게 될 날이 있을 것 같은데나는 그의 무엇을 위해 울 것 인가사실 나는 그때 속으로 울었다.

 

十八놈지도 늙어가면서 쓸데없이 우는군그의 눈물이 내 한 해를 연 셈이다이제 또 한 해가 새롭게 다가오는데참 아름답게 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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