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풍경
밀린 신문을 읽는다. 지금 시각이 열두시 십이분이다. 1212사태가 생각난다. 인쇄소에서 학보를 재교하고 나온 동성로에서 눈물 흘린다. 고딕체의 도시. 신탁은행 출입구 근처에서 방석모를 쓴 젊은 전경들이 방독면을 벗고 배급된 우유를 마신다. 맛있겠다. 한일로를 따라 길게 늘어진 전선이 보인다. 스스로의 길이와 무게 때문이리라. 그 아래를 중무장한 경찰이 지나간다. 최루탄 상자를 들고 간다. 무겁겠다. 어제는 <정면성에 대하여>를 썼다. 아놀드 하우저의 책에서 베낀 것이다. 며칠째 고속버스에서 계속 잤다. 꿈이 있었다. 쓸쓸한 풍경 너머로 아름다운 공화국이 오고 있는 게 오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