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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말나리

-울릉도에서

 

섬말나리 붉은 점박이 꽃잎이

입에서 솟아오른다.

목덜미에서 솟아오른다.

어깨에서 솟아오른다.

가슴에서 솟아오른다.

배에서 솟아오른다.

옆구리에서 솟아오른다.

배꼽에서 솟아오른다.

사타구니에서 솟아오른다.

허벅지에서 솟아오른다.

손바닥에서 솟아오른다.

섬말나리 붉게 피어나서

불어오는 해풍에 몸을 흔든다.

섬말나리하는 순간,

붉은 점박이 꽃잎들이

어떤 놈은 입으로 들어가서,

어떤 놈은 눈으로 들어가서,

내몸 안에서 꽃피고 있다.

그 중에 한 송이는

정수리를 뚫고 솟아올라

붉은 깃발을 내건다.

깃발은 바닷바람에 나부낀다.

내 몸은 섬말나리 피는,

내 몸은 섬말나리 지는,

피고 지면서 내 안을 환히 비추는

한 채의 붉은 섬이다.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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