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낮은 목소리로 그대 이름 부르노라.
여름의 끝에서 듣는 풀벌레 소리.
너의 표정처럼 잠시 흔들리는 어둠.
별빛이 먼 배경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짝이는 건 별빛뿐인 듯.
숨죽여 흘리는 내 피는 캄캄하여라.
너를 향해 내민 손은 어둠 속에서 희고,
밤과 더불어 그리움만 커 간다.
다시 낮은 목소리로 그대 이름 부르노라.
너는 깊은 어둠으로 대답하고 있나니,
네가 지금 많이 쓸쓸해하고 있다면
그건 나의 그리움이 작은 탓이다.
나는 멈추어 서서도 떠나가나니,
거기 무수한 가을을 배경으로 그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