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화
안아도 안아도 가슴이 비는 그리움을 아는가.
키 큰 후박나무가 버리는 가을의 일부를,
바람에 쓸리는 일부를 바라보는
수척한 사내의 막막한 한 자세를 생각한다.
가을 속으로 그가 묻혀 가고 있다.
본적 경북 영영군 청기면 청기리 663번지,
나이 서른다섯, 성별 사내, 이름 김선굉.
돌아누우면 쉽게 세상을 등에 지고,
또 한 세상을 가득히 안게 되나니,
어느 눈부신 끝에 고요히 당도하여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버릴 수 있으리.
후박나무가 그의 잎을 버리는 가을날 오후.
사람이 잘 알 수 없는 은유로 세월이 가고,
수척한 사내가 막막한 한 자세를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