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귀
크레도스는 두 귀를 접을 수 있다. 그 귀는 몸체에 비해 아주 작아서 앙증맞다. 부드러운 순발력, 상당한 순간 속도, 아직 한 번도 퍼질러 앉은 적이 없는 준족이다. 아무리 힘껏 달려도 덜컥 세운 뒤 두 귀를 접어주면 금방 숨을 고른 뒤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나는 오늘 먼 길을 달려 왔다. 구룡포에서 감포 쪽으로 길게 이어지던 그 바닷가. 출렁이는 물결을 옆으로 하고, 바람에 은빛 갈기를 날리던 당당한 암컷, 엉덩이가 실한 대견한 놈임에 틀림없다. 두 귀를 접은 뒤 툭툭, 엉덩이를 쳐주고는 지친 몸을 엘리베이터에 얹는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에 얼굴을 비추며 귀를 접어보았다. 접히지 않는 내 귀. 이제 보니 내 귀는 접을 수 없다. 아무리 접어도 다시 열리는 귀. 귀를 접을 수 없다는 것. 이건 슬픔이며, 또한 세상을 다 잊고 잠들 수 없음이며, 또 잠들어서도안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