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의 시
관념의 안경을 벗으면, 과거나 혹은 우리의 미래는 아파트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시야처럼 가까이에서 선명하리라. 달빛이 내리는 아파트의 뜰. 라일락 근처에 흰 달빛이 내리고, 나는 그 꽃가지를 휘어잡고 그 살과 향기에 얼굴을 묻는다. 이 황홀을 알겠네. 내가 네게로 가는 순간과 영원의 길목. 꽃은 향기나 빛깔이 아니라 창이요 통로인 것을. 달빛은 먼 과거의, 혹은 먼 미래의 빛. 목련은 세상의 미명을 밝히는 등불이 아니라, 아득한 미래로 혹은 과거로 이르는 손짓이었구나. 상징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