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
유월 하순의 저물 무렵, 키를 훌쩍 넘긴 치자나무 기웃거렸네. 치자꽃 희게 핀 가지, 그 푸르고 무성한 사타구니 헤치고 한 송이 치자꽃에 코를 박았네. 독한 사향주머니 살에 차고, 짐짓 속옷 단단히 여미는 화냥년 두 귀를 잡아당기네. 들숨을 한껏 몰아 미친 향기에 취하면, 그 안으로 거친 숨으로는 다 못 갈 먼 길 휘어져 놓이네. 에라, 한바탕 몰아가 있어야 되겠네. , 몰아가 일몰과 한바탕 어우러져, 정신이 다 아뜩한 밤이어도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