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오후
산 하나가 걸어와 가슴에 깊이 안긴다.
산 쪽으로 약간 몸이 기우는 하오의 보법.
여윈 어께에 실리는 겨울이 무겁다.
오늘 나의 저녁은
낯선 주점에서 홀로 깊어 가리라.
울울한 취기 빈 가슴에 붉게 차오르고,
나는 아무래도 서정 쪽으로 경사해 갈 것이다.
새 담뱃갑을 허는 일은 늘 즐거웠다.
일생의 한가운데를 느리게 지나가는
서른일곱의 하오는
길게 내뿜는 연기 속에서 흐려지고,
가장 깊이 휘돌아 굽이쳐 간
마음의 끝에서 물 흐르는,
내 흐린 청춘은 늘 발목이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