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아시지요. 좀머 씨 이야기를 쓴 표정이 좀 멍청한 작가 말입니다. 나는 지금 그의 또 다른 산문 「콘트라베이스」를 읽고 있습니다. 이건 아마 모노드라마를 위한 쓸쓸한 대본인데요. 콘트라베이스, 가장 덩치가 큰 현악기. 가장 미세한 소리를 내는 그 악기를 문득 보고 싶습니다. 툭, 건드려보고 싶고, 현에 한번 활을 대보고 싶고, 속이 텅 빈 그 놈의 몸을 한 번 안아보고 싶은 것입니다. 콘트라베이스의 앞부분을 읽어나가다가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테이프로 사서 차 안에서, 내 차는 94년식 엘란트라입니다만, 차 안에서 듣고 싶은 것입니다. 나는 요즘 모리스 라벨과 바그너, 베토벤 순으로 음악을 듣고있습니다만, 로큰롤이 몸을 도약시긴다는 것, 아시지요? 라벨은 특히 볼레로가 그러한데요. 내 마음을 강물로 흘러가게 합니다. 점점 높게, 그러니까 크레센도로 마음의 한 끝을 주욱 끌어올리는데, 그 때 그 부력으로 몸이 붕 떠오르는 것입니다. 나는 브람스의 교향곡 2번, 그 베이스의 낮게 흔들리는 저음에 몸을 기대려 합니다.
음, 음, 음악은 비껴가려고 했습니다만, 쥐뿔로 모르면서, 음악의 그물코에 코가 꿰어도, 그 출렁이는 그물코에 조금씩 체중이 불어나는 몸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인데요. 참, 바그너도 몸을 도약시킵니다. 붕붕 떠오르는, 떠올라서는 겨울 쪽으로 흘러가는, 오늘의 가을의, 비에 젖는 시월의 저물 무렵입니다. 콘트라베이스, 그 저음의, 몸집이 큰, 소리 없는 소리를 부둥켜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