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제 이름을 부르며 진다
산의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집어넣는다. 가을이 당도해 있으며 깊어가고 있다. 신열 앓으며 몸 뒤척이는 숲속. 붉고 뜨거운 잎들이 수척한 나무들 사이로 길을 내며 떨어지고 있다. 여윈 몸 부딪히며 어떤 경전보다 깊고 고요한 소리를 내며, 낮은 길 위로 쓸려 다니는 잎들. 저들은 낱낱이 이름을 갖고 싶은 욕망을 가졌나 보다. 호명된 순서대로 잎은 지고, 오래 기다리다 지친 낙엽은 제 이름을 부르며 진다. 가장 높은 하늘에 가닿은 여린 가지의 끝. 수은주의 붉은 눈금이 한 칸 더 솟아오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