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에 대하여
슬픔의 끝을 보고 싶으면 얼굴을 거울에 비추면 되겠다. 남루한 꿈을 딛고 연명해 가는 시간들, 살얼음처럼 위태롭게 잔금이 가 있다. 한 잔의 술을 들이키며 식도를 타고 흐르는 불을 느낀다. 어떤 필연 위에 위태롭게 몸을 세우는 것이 전위라면, 그것은 대단히 아름다운 것이겠다. 세상의 중심을 향하여 어떤 방식으로 몸을 밀어넣는 것이 전위인가. 장엄한 노을과 맞서 짐짓 들어올리는 술잔. 느리게 마신 술기운이 몸의 끝으로 붉게 번져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