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겨울 강둑에 서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 풍진 세상을 가로질러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노라고, 마른 갈풀을 스치는 바람이 대답하는군요. 손을 길게 뻗어 당신의 얼굴을 만집니다. 이런 약간 여위셨군요. 가는 주름 사이로 우수 어린 표정이 곱습니다. 대구의 외곽을 끼고도는 금호강은 한 세상 급히 건너고 있는 당신을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디 강물보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십시오. 가슴을 열어 강물을 맞이하십시오. 가슴의 가장 깊은 속을 향해 오래 흘러가게 하십시오. 몇 마리 오리와 함께 흐르는 강물을 따라가노라면, 꽃 피고 새 우는 시절까지는 내 몸이 당신 몸 곁에 이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