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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욱을 생각함

 

바람은 만뢰(萬籟를 거느린다.

가을 속을 깊이 흐르는 강.

물길은 여윈 갈대의 허리를 자욱이 스치고,

에이는 듯 오늘은 내 발목이 시리다.

한 뜻을 세우고 굳게 껴안아도

시간과 더불어 그대 또한 홀로 서 있을 뿐.

이윽고 한 생애가 깊이 무릎을 꺾으면,

또 낯선 한 생애가 눈부시게 있을 것을 믿는다.

바람은 갈대의 수만큼 가늘게 흩어져

깊은 가을의 전모를 일별하고,

우리의 겨울 근처에서 굳건히 뭉쳐 울 것이니,

내 한 소인으로 정직하게 떨며

그 소리를 듣겠다.

바람은 해인연가*의 이루 못 헤아릴 깊은 수심.

넘실 기우는 사랑을 껴안으면

뜻 없는 한 오리 바람이 일어

그대의 서리 묻은 모발이 남녘으로 기운다.

 

해인연가(海印戀歌) : 송욱(宋稶 1925~1980)의 연작시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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