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호수는 단밀땅 만경산 자락에 숨어 있었다.
너 여기 있었구나 호수여.
나는 그에게 단밀호라는 이름을 준다.
오늘 우연히 여기 오지 않았으면,
내 인생의 지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하나가
기록되지 못 했으리라.
이 물가에 서서 생각하노니,
내 살아 있음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봄 햇살에 흔들리는 물 위에 쓴다.
인생은 아름다운 것.
그 짧은 문장 위로 내려앉는
사월의 바람과 햇살이 있다.
한 남자가 고요한 입술로
순간이 영원보다 길다고 말할 때,
영원이 순간의 품에 안기는 걸 본다.
안겨서 순간의 젖을 빨며,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