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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期)의 시

 

한번 땅이 울고 비가 내린다.

말없이 젖자 뼈 깊숙이 찬비에 젖자.

꽃이 저만치서 피어 흔들리듯

내 여기쯤 살아 서서

한번 무심히 토해내는 신음.

여기저기서 또 누가 앓고 있다.

같은 음성으로 같은 무게로

비는 회생(回生)을 피해 끝없이 내린다.

이름 모를 풀꽃 하나에 눈을 주며

낯선 곳에서 또 한 번 고향을 잃고,

눈물의 실루엣

나는 나를 모른다.

내일의 신명을 위해 버리는,

이미 내려 바다로 흐르는

어제와 오늘.

그러나 비는 내려

혈육처럼 내 가슴에 널린

시대의 손수건을 적시고 있다.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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