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雨期)의 시
한번 땅이 울고 비가 내린다.
말없이 젖자 뼈 깊숙이 찬비에 젖자.
꽃이 저만치서 피어 흔들리듯
내 여기쯤 살아 서서
한번 무심히 토해내는 신음.
여기저기서 또 누가 앓고 있다.
같은 음성으로 같은 무게로
비는 회생(回生)을 피해 끝없이 내린다.
이름 모를 풀꽃 하나에 눈을 주며
낯선 곳에서 또 한 번 고향을 잃고,
눈물의 실루엣
나는 나를 모른다.
내일의 신명을 위해 버리는,
이미 내려 바다로 흐르는
어제와 오늘.
그러나 비는 내려
혈육처럼 내 가슴에 널린
시대의 손수건을 적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