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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Name 방울실잠자리 · 새벽, 숲에 들다 · 그림자의 길

방울실잠자리

 

습지에 비가 왔다 사나흘 이어졌다

우화를 막 끝낸 것, 채 끝내지 못한 것들

갈대를

베어 문 바람

서걱서걱 울고 있다

두어 시간 날이 들면 연해 날개를 털고

암컷의 유혹과 경계의 동시성을 띤

새하얀

방울소리만

소택지에 낭자하다.

바르르 치떠는 날개, 마지막 구애를 한다

배끝 관상돌기 연신 부풀어 오르면

서둘러

물풀 사이로

꽁지 내려앉는다.

 

 

**********

새벽, 숲에 들다

 

1.

생몰 연대를 알 수 없는 참나무 그루터기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모롱이 저만치

열이레

허연 달빛이

더듬어 갔을 그 길

 

2.

애써 엿보지 않는다, 새벽 백양나무 숲길

적막을 다스리는 오랜 침잠의 시간

열매 익히며

홀로 푸르러 가는

 

3.

산길을 기우뚱하니 떠받치는 하얀 뼈대들

메마른 껍질들이 툭툭 터져 내리는

늦은 봄

그 숲 여백 속

나무 한 그루 세운다

 

 

********

그림자의 길

 

더 내어줄 것이 없는

빈 몸이 만들어낸

 

은행나무 긴 그림자는 양성 굴광성이다

 

 

길의 끝

 

불빛을 향해

더듬어 가는 촉수들

 

밤새 보도블록 따라 촘촘히 놓인 길을

 

지그시 밟고 갔을 지치고 쪼그라든

 

길게 휜 눈썹

 

새벽을 밀고 간다

 

 

김세진/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교육대학교, 경북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중앙일보시조백일장으로 등단하다. 시조집 메타세쿼이아에게, 점자블록을 출간하다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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