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여의도, 차창 밖의 시퀀스 5
핑계 있는 날
준비된 만남을 위하여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찾아간다
올리브나무 사이로
로미오 & 줄리엣과 담소하며 걷다가
엉클 톰의 오두막집 쉐르빌로 들어가
펑크 락으로 흐르는 윤시내의 열애를 듣는다
올 여름 김수희와 발리섬으로 향해할까
난데없이 스핑크스 같은 해적을 만나거나
에꼴드 빠리풍의 망토를 걸치고
'오늘 같은 밤', 이광조의 벤허에서 삼두마차를 타고
루브르 박물관으로가 프랑스 혁명사를 읽어도 좋다
낮 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코미디 라이브가 있는 인간시장 기웃거리면
르샬례, 봉주르, 샤델리
이런 이국적인 공간들 펼쳐지지
그룹 산타나의 음악이 흐르는 카지노에서
이종환의 쉘브르에서
청바지와 포크 기타의 추억에 잠기자
언더스타클럽 '흐르는 강물처럼’
·고딕체는 미사리 라이브 카페의 상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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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폭주족이고 싶다
그러니까 과수원집에선
개의 거품은 질주. 그 끝은 죽음이야
나는 홍옥에 주렁주렁 포위된 집에 살았다. 서리가 낭만고양이던 시절엔 쥐가 개를 잡았다. 밤마다 사과서리꾼들은 들쥐처럼 낮은 포복으로 들끓었다. 못들은척 꼬리 살랑대는 견공들은 내 발길질에도 뜰에서만 뒹굴었다. 어머닌 남은 밥알에 붉은 화살이 쥐의 심장 큐피드처럼 관통하는 '로케트표 쥐약' 을 섞어 길목에 놓았다. 약 먹은 쥐 씹어 먹은 황구는 거품 내뿜으며 직선으로 질주했다 "저놈을 잡기만 하면 비눗물이라도 갈아 먹여 볼 텐데" 질주의 종착역은 언제나 물웅덩이였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의 죽음, 부글거리던 내장이 송두리째 버려진다. 털은 그울려 하늘로 날아가고 살코기는 북어와 된장으로 버물려 무쇠 솥에서 물컹거렸다. 여러 날 아버지의 진지상은 멍멍거렸다.
나는 홍옥 같은 신호등에 걸려있고
세상 불만 곱빼기로 담은
철가방들은 여전히 곡예질주를 한다.
차안의 화면에선 폭주족이 굉음의 불꽃놀이 펼친다.
문득, 차 옆에 서 있는 검은 가죽옷의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 탈취하여
가속기 페달을 쥐약 먹은 개처럼 달린다.
***
환생
쥐오줌풀꽃 듬성한, 달빛 하나 없는 다리 밑으로 생명과학연구소 폐수가 흘러든다. 물컹 고인 물에 화각 맞추고 카메라 조리개 연다 냄새와 빛 빨려든다 그동안 연구원의 주사기는 실험용 흰쥐들 제웅처럼 찔렀을 것이다
노트북에서
디카 파일 클릭하자
고양이는 검붉은 연등 내걸고
수천의 흰쥐들
공옥진의 병신춤 추며 화면에서 걸어 나온다
너울너울,
서담/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국문학과 박사과정(현대시 전공)수료, 2001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하다. 음악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며 음악평론집 「음악문화의 재정립을 위한 사회적 반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