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좌좡 가는 길
베이찡에서 스좌장까지는 얼마나 될까. 늙은 관절처럼 헐거운 고물 택시, 혁헉거린지 몇 시간, 낮게 드러누운 지평선을 끌어안아도 발가벗은 平原은 바람마저 숨긴다. 이따금 미이라처럼 나뒹구는 붉은 벽돌들이 돈황에 관한 소문을 아느냐고 묻는다. 筋無力症이 끌고 온 굽은 길의 흙먼지들은 스좌장이 장개석의 마지막 패전장이었음을 말해준다. 부리 검은 새떼 자욱한 황사 속을 떠돌 뿐 숨겨 놓은 名醫는 좀체 보여주지 않는다. 골목의 대문들조차 붉은 부적으로 햇살의 입구를 막아버린다. 스좌장에 이르는 꽃 피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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寧國寺에서
천태산 오르는 굽은 산길은
삼신바위에 얽어 놓은 인간의 욕망
그 화려한 채색만큼 가파르다
제멋대로 뿜어진 색들이 목마름을 적시겠지만
정신의 사막에 핀 꽃은
얼룩얼룩 백지를 갉아먹기도 한다
천 년의 은행나무가 데리고 노는 것은
햇살보다 낮은 몸짓의 물소리다
때때로 물소리는 모여 크게 울지만
은행나무 높이를 넘지 않는다
빛 바랜 탱화를 보면
그늘과 햇살이 함께 노닌 흔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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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탑이다
탑리 오층 석탑이
별들을 안개 속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골목은 불안한 듯 서둘러 몸을 꺾었다
나는 그냥 잠들고 싶었다
탑이 내 곁으로 와 몸을 뒤척였다
그 뜨거운 몸을 안을 수 없었다
탑의 높이를 기다림이라 말한다면
나는 이미 탑이다
김호진/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1994년 r심상」으로 등단하였고, 시집 「생강나무」를 출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