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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Name 아내考 7 · 유리벽 속 거미줄 · 그림자 6

아내考 7

 

일기가 不順한 날

함께 거닐었다

피뢰침같은 우산을 받쳐들고,

아내는 낮은 키의 우산을 탓하며

더높이 들라고 한다.

내 발은

땅 속으로 접지가 되어

마침내

번개받이가 되었다.

뒤늦게 천둥이 친다.

아내의 소리

  

************

유리벽 속 거미줄

 6.3빌딩 계단 모서리 초고속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간 고층에서도 윤이나는 검은 거미 한 마리는 제 꽁무늬 줄을 풀어내며 산다. 투명한 분신줄 먹이망에 걸려든 바퀴벌레 바둥거리는 몸짓 지치도록 바라본다. 기다림의 시간은 습관처럼 흘러가고 계단 모서리 상승기류 타고 흔들거리는 바퀴벌레의 여린 몸짓 하늘로 오르지 못할 때, 버리지 못할 꽁무니줄 이어진 숙명의 계단을 따라 갑각류 靈枢의 날개짓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살이 숨 넘어갈듯한 순간 점점이 분해되는 갑옷속에 바퀴벌레는 없다. 바람타고 흔들거리는 거미의 몸짓 하늘로 오르는 몸짓만 있는 6.3빌딩 계단 모서리, 날개 없이 오른 바벨탑 위에도 햇빛이 든다. 빈틈없는 창틀 두꺼운 유리 투명한 벽을 넘어

이크, 빨리 숨어야지

빛이 없는 세상으로

 

6.3빌딩 계단 모서리 빛이 없는 곳에서도 거미는 산다.

 

      ******

그림자 6

 

여치의 풀색 몸빛은

언제나 굴곡을 하며 세상을 본다

세치 촉각을 감각하는

세치 크기의 세상

 

울지 못하는 암놈 칼날 같은 풀잎 사이

몸 부비며 지내다

제 알 한 줌으로 울음을 대신한다

 

가을 햇살

더 짧아진 제 몸의 길이를 확인하고

제 몸을 대신할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채

어둠이 다가오는 저녁 내내 울음 우는 숫배기.

시들거리는 저녁 햇살 등에 받고

천냥금보다 무거워진 몸 땅 위로 누우면

검게 그을러지는 풀빛 같은 몸

 

멀리서 몰려오는 어둠의 千軍萬馬

 

여치의 촉각은 검은 색 색명

그림자 없는 세상을 지키는 마지막 파수꾼

  

서대현/대구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한의대학을 졸업하였다. 1988년 불교문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액땜을 출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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