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한반도 건너편
아득히 사막이 불타는 땅
모래 바람이 분다
낙타는 뜨거운 사막을
조금도 움츠리지 않고
풀 한 포기
한 뼘 그늘조차
허용하지 않는 무서운 형벌
갈증의 모래 언덕을 넘기 위해
낙타는 서로 다른 크기의
산봉우리 같은 肉峰을 짊어지고
제 스스로 자기 그늘을 만들며
가끔씩 울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뜨거운 모래 바람 속에서도
낙타는 침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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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감자꽃 피는
바람더미의 땅
후미진 곳에
낯설게 손을 내미는
하얀 더듬이가 있다
칡덩굴 우거진 산
안개 일어서는 풀벌레의 숲
이따금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튼다
감자꽃 피는
바람더미의 땅
먼 강으로 흘러가는
따뜻한 아버지의 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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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봉 뻐꾸기
용지봉 빼꾸기는
밤이 되어도
잠을 자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별을 쳐다보며
뜬 눈으로
새벽을 저어
희디흰 숲을 연다
나무들의 숨결을 모아
산을 한 바퀴 휘돌며
안개 거두어
골마다 꽃 피게 한다
시퍼런 햇살이
산을 휘감을 때
사람들은 산정을 향하여
무심코 돌을 던진다
다람쥐는 부리나케
참나무 굴 속으로 들어가고
용지봉 뻐꾸기는
고압선 철탑 위에 앉아
엄마를 찾아 헤매는
얼룩 꼬맹이의 발자국 소리
산 굽어 듣는다
이유환/대구에서 태어나 안동교육대학교, 영남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다.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異邦人의 강」, 「용지봉 빼꾸기」를 출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