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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Name 낙타 · 감자꽃 · 용지봉 뻐꾸기

낙타

 

한반도 건너편

아득히 사막이 불타는 땅

모래 바람이 분다

낙타는 뜨거운 사막을

조금도 움츠리지 않고

풀 한 포기

한 뼘 그늘조차

허용하지 않는 무서운 형벌

갈증의 모래 언덕을 넘기 위해

낙타는 서로 다른 크기의

산봉우리 같은 肉峰을 짊어지고

제 스스로 자기 그늘을 만들며

가끔씩 울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뜨거운 모래 바람 속에서도

낙타는 침을 흘리지 않는다

 

********

감자꽃

감자꽃 피는

바람더미의 땅

후미진 곳에

낯설게 손을 내미는

하얀 더듬이가 있다

칡덩굴 우거진 산

안개 일어서는 풀벌레의 숲

이따금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튼다

감자꽃 피는

바람더미의 땅

먼 강으로 흘러가는

따뜻한 아버지의 흙이 있다

 

 ****************

용지봉 뻐꾸기

 

용지봉 빼꾸기는

밤이 되어도

잠을 자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별을 쳐다보며

뜬 눈으로

새벽을 저어

희디흰 숲을 연다

나무들의 숨결을 모아

산을 한 바퀴 휘돌며

안개 거두어

골마다 꽃 피게 한다

시퍼런 햇살이

산을 휘감을 때

사람들은 산정을 향하여

무심코 돌을 던진다

다람쥐는 부리나케

참나무 굴 속으로 들어가고

용지봉 뻐꾸기는

고압선 철탑 위에 앉아

엄마를 찾아 헤매는

얼룩 꼬맹이의 발자국 소리

산 굽어 듣는다

 

이유환/대구에서 태어나 안동교육대학교, 영남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다.

1984현대시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異邦人의 강, 용지봉 빼꾸기를 출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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