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Extra Form
Title Name 잠-코의 시간 · 달과 늪 · 비비추에 관한 연상

-코의 시간

 

중년 사내의 끓아떨어진 잠을 듣는다

황소 한 마리, 우악스레 몰고 가며

산 하난 족히 들썩거릴 소 울음소리 낸다.

쉰다는 잠에까지 저 깊은 잠으로까지

버거운 짐 싣고 가서 되새김질하고 있다

가끔은 숨도 멈추고 뒤척대기도 하면서.

사내의 깊은 잠은 코에게 준 발언 시간

목구멍에 걸려걸려 뱉아내지 못하고

살렸구 살아볼렸구 삼켰던 말 쏟는 것.

아무렴 알고 말고 말로 하지 않아도

고달픈 그 만큼씩 거세지는 코청의 떨림

털어야 털어버려야 다시 서지 않겠느냐

 

 

*****

달과 늪

-우포에서

 

                                        고

 

                                    랐

 

                                올

 

                            떠

 

                        몃

 

                    슬

 

                치

 

            만

 

        저

 

    은

 

 

 

    은

 

        끝

 

            모

 

                르

 

                    게

 

                        슬

 

                            쩍

 

                                갈

 

                                    앉

 

 

                                        았

                 

                                            다

 

은근하게 달빛이 늪의 안을 헤집지만

끝 모를 그의 깊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

비비추에 관한 연상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네 가는 울음소리는 분명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울고 말거다 비비추 비비추

그러나 너는 울 수 없어서 울 수가 없어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랏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덜고 싶은 게다 비비추

그래 네가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떨면서

눈물나게 연한 보랏빛 그 종을 흔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

 

 

문무학/1949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1982년 월간문학신인작품상. 1988시조문학에 문학평론이 천료되어 등단하다시조집 가을거문고, 설사 슬픔이거나 절망이더라도, 눈물은 일어선다. 달과 높. 벙어리뻐꾸기등 출간하다현대시조문학상, 유동문학상, 대구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등을 받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Title Name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 이하석 | 책 머리에 file 오리들이 물에서 시를 놀고 있네 관리자 2020.08.17 3
27 차 례 관리자 2020.08.17 3
26 | 김선굉 편 | 너는 붉게 흐른다 · 콘트라베이스 · 술한 잔에 시 한 수로 관리자 2020.08.17 5
25 | 김세진 편 | 방울실잠자리 · 새벽, 숲에 들다 · 그림자의 길 관리자 2020.08.17 4
24 | 김호진 편 | 스좌좡 가는 길 · 寧國寺에서 · 나는 이미 탑이다 관리자 2020.08.17 3
» | 문무학 편 | 잠-코의 시간 · 달과 늪 · 비비추에 관한 연상 관리자 2020.08.17 4
22 | 문인수 편 | 각축 · 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 · 쉬 관리자 2020.08.17 4
21 | 문형렬 편 | 언제나 갈 수 있는 곳 · 봄꿈 · 꿈에 보는 暴雪 관리자 2020.08.17 5
20 | 박기섭 편 | 그리운, 강 · 시월 · 달의 門下 관리자 2020.08.17 3
19 | 박진형 편 | 저녁밥처럼 · 새가 되고 싶은 나 · 몸나무의 추억 관리자 2020.08.17 4
18 | 서담 편 | 양수리-여의도, 차창 밖의 시퀀스 5 · 때론 폭주족이고 싶다 · 환생 관리자 2020.08.17 3
17 | 서대현 편 | 아내考 7 · 유리벽 속 거미줄 · 그림자 6 관리자 2020.08.17 4
16 | 송재학 편 |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 흰뺨검둥오리 · 닭, 극채색 볏 관리자 2020.08.17 4
15 | 엄원태 편 | 굴뚝들 · 북녘들 산업도로 · 나무는 왜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가 관리자 2020.08.17 5
14 | 윤일현 편 | 어머니와 소풍 · 장마철 · 김천댁 관리자 2020.08.17 4
13 | 이동백 편 | 살레 지나 운문사 가는 길 · 어라연 · 靑山島 관리자 2020.08.17 4
12 | 이동순 편 | 마왕의 잠 1 · 양말 · 아버님의 일기장 관리자 2020.08.17 6
11 | 이무열 편 | '사이' 라는 말 · 겨울나기 · 어떤 흐린 날 관리자 2020.08.17 4
10 | 이유환 편 | 낙타 · 감자꽃 · 용지봉 뻐꾸기 관리자 2020.08.17 3
9 | 이정환 편 | 千年 · 獻詞 · 別辭 관리자 2020.08.17 4
8 | 이종문 편 | 봄날도 환한 봄날 · 눈 · 선풍 관리자 2020.08.17 3
7 | 이하석 편 | 투명한 속 · 초록의 길 · 늪 관리자 2020.08.17 5
6 | 장옥관 편 | 달의 뒤편 · 눈꺼풀 · 입술 관리자 2020.08.17 4
5 | 장하빈 편 | 밥통 · 개밥바라기 추억 · 어머니 관리자 2020.08.17 3
4 | 조기현 편 | 매화도 1 · 아침 연못 · 암곡 오동꽃 관리자 2020.08.17 3
3 | 김양헌 편 | 1990년대 시읽기의 방법적 시론 불상유통(不相流通)/동기감응(同氣感應 ) 관리자 2020.08.17 6
2 | 박진형 | 책 뒤에 시오리 20년의 알리바이 관리자 2020.08.17 4
1 만 / 인 / 시 / 인/ 선 만 / 인 / 시 / 인/ 선 관리자 2020.08.17 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