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
등 굵을 때 아무리 용써도 손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읽을 수는 있어도 발음할 수 없는 시니피앙 어' 와 '으, 달의 뒤편이다 천수관음처럼 손바닥에 눈알 붙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내 얼굴, 달의 뒤편이다 물고문 전기고문 꼬챙이에 꿰어 돌려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 먹을수는 있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
내 눈동자의 뒤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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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최승호 시인의 시 「거울과 눈」을 읽고
어머니 눈에는 눈꺼풀이 없었다
수마를 쫓기 위해 눈꺼풀을 쥐어뜯은 달마는 아니지만
잠들어도 눈을 감지 않는
어머니의 눈에는 눈꺼풀이 없었다
늦은 밤 흘로 밀린 숙제를 하다 돌아보면
눈꺼 풀 없이 잠든 눈이 어린 장남을 빤히 쳐다보았다
일찍 과부가 된 삶은
눈꺼풀이 없는 눈
눈꺼풀 없는 눈이라고 눈물조차 없진 않았을 터
눈물이 눈꺼풀을 달아주었다
코밑이 꺼매질 무렵에는
졸음 묻은 교과서에도 만화책에도
수음하는 손바닥에도
천수관음의 눈이 박혀 있었다
눈꺼풀 없는 어머니
갑자기 눈을 감으셨다 눈꺼풀이 없는 어머니 눈에
흙이 들어갔다
눈꺼풀 없는 눈을 어머니, 내 어린 미간에다 심어놓고 가셨다
삼족오의 다리처럼
눈이 셋인 나는 이윽고 거울이 되었다
"그것은 눈꺼풀이 없는 눈, 눈썹이 없는 눈, 눈동자가 없는 눈"
그러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하늘을 보았다
하, 눈꺼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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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두 장의 나비 날개, 비로드 같은 붓꽃 이파리, 새빨간 피 머금은 통통한 찰거머리, 썰어놓으면 두 접시는 너끈할 것 같은 두툼한 간천엽, 컴컴한 구멍을 감싸고 있는 두 장의 검붉은 꽃잎
하수구에 떨어진 벌건 햇덩이처럼, 혼곤한 꿀샘에 고개 처박은 나비 주둥이처럼, 한번 달라붙으면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씹어도 씹어도 물리지 않는다. 살강살강 씹히는 육질 좋은 내 생각은,
장옥관/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황금 연못」, 「바퀴소리를 듣는다」, 「하늘 우물」,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등 출간하다. 김달진문학상, 일연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