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年
1.
마주 앉아서
말없이 천년
눈빛으로 천년
눈빛으로 천년
덧없이 마주 앉아서 눈빛으로 천년
2.
잠이 옵니다 온몸으로 잠이 스미어 듭니다
아득한 벼랑 끝에 별빛 내리듯 내 영혼 몸 밖으로 빠져 나가고 썰물인 듯 썰렁하니 빠져 나가고
흰 뼈만
남습니다. 아아
또 다시
천년
*****
獻詞
1.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수천 수만 줄기의 희디흰 나의 뼈대
저문 날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2.
꺾이고 꺾이어서 마디마디 다 꺾이어서
꺾이고 꺾이어서 마침내 사랑을 이룬
저문 날
모든 뼈대는
물소리를 내고 있다
***
別辭
나
죽으면
눈물 한 방울
홀리잖고
먼 산이나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라볼
마침내 말없을 그대
영영
말 잃을 그대
천지에
환한 봄일 적에
나죽으리
천년을 읊은
그 봄날
나 죽으리
그 날에
나 죽은 그 날에
영영
말 잃을 그대
이정환/195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대구교육대학교, 한국교원대학 대학원을 졸업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다. 시집 「아침반감」, 「금빛 잉어」, 「원에 관하여」 등을 출간하였고, 이론서 「시여 꽃을뱉어라!」, 「현대시조교육론」이 있다. 한국시조작품상, 대구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이호우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