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Extra Form
Title Name 봄날도 환한 봄날 · 눈 · 선풍

봄날도 환한 봄날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 보다

 

***

 

신축

공사장의

모닥불에 내리는 눈

그것이 불인 줄을 꿈에도 모른 채로,

무심코 내린다는 게

그만 거기 내리는

 

신축

공사장의

모닥불에 내리는 눈

그것이 불인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 , .,

하는 사이에

피치 못해

내리는

 

***** 

선풍

 

78일 동안 휴가를 보낸 뒤에 돌아오니 선풍기가 강풍으로 돌고 있다.

 

발로다. , 하고 끄니, 그제서야 멈춘다.

 

 

아아, 그 긴 낮을, 그 칠흑 같은 밤을, 그 정말 무시무시한 고독 속에 돌아갔을,

 

 

가여운 너 선풍기야, 발로 꺼서 미안하다.

 

 

그러나 우리도 혹시 누군가가 발로다 켠, 그것도 강풍으로 켠 선풍기가 아닐까 몰라

 

 

켜놓고 우주 일주의 먼 여행을 떠나버린,

 

 

켜놓고 우주 일주의 여행을 떠나버려 긴긴 날 긴긴 해를 미친 듯이 돌아가다.

 

 

돌아와 발로 툭, 끄면 그제서야 멈춰서는.

 

 

이종문/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93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하다. <역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10권의 사화집을 간행한 바 있으며시집으로 저녁밥 찾는 소리봄날도 환한 몸날을 출간하다중앙시조대상신인상, 대구시조문학상을 받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Title Name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 이하석 | 책 머리에 file 오리들이 물에서 시를 놀고 있네 관리자 2020.08.17 3
27 차 례 관리자 2020.08.17 3
26 | 김선굉 편 | 너는 붉게 흐른다 · 콘트라베이스 · 술한 잔에 시 한 수로 관리자 2020.08.17 5
25 | 김세진 편 | 방울실잠자리 · 새벽, 숲에 들다 · 그림자의 길 관리자 2020.08.17 4
24 | 김호진 편 | 스좌좡 가는 길 · 寧國寺에서 · 나는 이미 탑이다 관리자 2020.08.17 3
23 | 문무학 편 | 잠-코의 시간 · 달과 늪 · 비비추에 관한 연상 관리자 2020.08.17 4
22 | 문인수 편 | 각축 · 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 · 쉬 관리자 2020.08.17 4
21 | 문형렬 편 | 언제나 갈 수 있는 곳 · 봄꿈 · 꿈에 보는 暴雪 관리자 2020.08.17 5
20 | 박기섭 편 | 그리운, 강 · 시월 · 달의 門下 관리자 2020.08.17 3
19 | 박진형 편 | 저녁밥처럼 · 새가 되고 싶은 나 · 몸나무의 추억 관리자 2020.08.17 4
18 | 서담 편 | 양수리-여의도, 차창 밖의 시퀀스 5 · 때론 폭주족이고 싶다 · 환생 관리자 2020.08.17 3
17 | 서대현 편 | 아내考 7 · 유리벽 속 거미줄 · 그림자 6 관리자 2020.08.17 4
16 | 송재학 편 |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 흰뺨검둥오리 · 닭, 극채색 볏 관리자 2020.08.17 4
15 | 엄원태 편 | 굴뚝들 · 북녘들 산업도로 · 나무는 왜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가 관리자 2020.08.17 5
14 | 윤일현 편 | 어머니와 소풍 · 장마철 · 김천댁 관리자 2020.08.17 4
13 | 이동백 편 | 살레 지나 운문사 가는 길 · 어라연 · 靑山島 관리자 2020.08.17 4
12 | 이동순 편 | 마왕의 잠 1 · 양말 · 아버님의 일기장 관리자 2020.08.17 6
11 | 이무열 편 | '사이' 라는 말 · 겨울나기 · 어떤 흐린 날 관리자 2020.08.17 4
10 | 이유환 편 | 낙타 · 감자꽃 · 용지봉 뻐꾸기 관리자 2020.08.17 3
9 | 이정환 편 | 千年 · 獻詞 · 別辭 관리자 2020.08.17 4
» | 이종문 편 | 봄날도 환한 봄날 · 눈 · 선풍 관리자 2020.08.17 3
7 | 이하석 편 | 투명한 속 · 초록의 길 · 늪 관리자 2020.08.17 5
6 | 장옥관 편 | 달의 뒤편 · 눈꺼풀 · 입술 관리자 2020.08.17 4
5 | 장하빈 편 | 밥통 · 개밥바라기 추억 · 어머니 관리자 2020.08.17 3
4 | 조기현 편 | 매화도 1 · 아침 연못 · 암곡 오동꽃 관리자 2020.08.17 3
3 | 김양헌 편 | 1990년대 시읽기의 방법적 시론 불상유통(不相流通)/동기감응(同氣感應 ) 관리자 2020.08.17 6
2 | 박진형 | 책 뒤에 시오리 20년의 알리바이 관리자 2020.08.17 4
1 만 / 인 / 시 / 인/ 선 만 / 인 / 시 / 인/ 선 관리자 2020.08.17 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