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
시력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 동안 내 노래가 안으로 격렬히 굽이치지 못했으며, 바깥으로 널리 울려퍼지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한다.
그러나 시가 아니었으면 내 몸을 어찌 여기까지 이끌고 올 수 있었으리.
지금 내 몸이 머물고 있는 지점은 금호강으로 상징되는 자연의 한 변방 스산한 기슭이다.
붉은 노을 아래 술잔 기울이며,
흐르는 물 위에 사랑한다고 쓴다.
갈풀이며 어리연꽃들이,
각시붕어와 퉁가리가,
소금쟁이와 물사마귀가,
오리와 물닭들이
소리내어 읽을 수 있도록
선명하게 써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