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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함지산의 절개지는 가파르다. 대구 안동간 국도가 확장될 때마다 여러 차례 깎여 나갔다. 그 곁으로 고가도로가 나서 산의 허리를 가로지른다. 이제 8차선 도로로도 길이 막혀 국우동 쪽 팔공산 자락으로 터널이 뚫리고, 금호강 하류를 건너는 매천대교 교각이 버섯처럼, 송아지의 뿔처럼 돋아나고 있다. 오늘 아침 산의 절개지를 덮은 찔레꽃. 저들은 오래 꽃피우기를 준비해 오면서 가시를 세우고 가지를 쳐나갔으리라. 저 가파른 벽을 타고 오르는 슬픈 백의의 무리들. 몇 번의 신호에도 차는 고가도로 꼭대기에서 주춤거리고, 나는 자주 고개를 돌려 찔레를 본다. 저 멀리 팔달교까지 잘 짜여진 모자이크처럼, 거대한 파충류의 등처럼 느리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자동차의 행렬이 보인다. 이른 아침 두 손으로 핸들을 부여잡고 생의 한 굽이를 지나는 사람들. 이 아침 저 차들 속에는 회고 창백한 와이셔츠의 앞섶을 눈물로 적시는 남자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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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미선나무 아래 차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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