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금호강은 하루에 한 장씩 자서전을 쓴다. 물결은 굵은 붓으로 써내려 간 깊고 푸른 문장, 자호천이 보현산 기슭을 끼고 돌면서 첫 단락을 쓴다. 어린 지류들을 불러들이면서, 영천에서 화북천을 영접하여 넓은 금호 들판을 가로질러 흐른다. 대구 외곽을 끼고돌기 시작하면서, 문암천과 동화천, 신천을 합류하여 유유히 몇 단락의 본문을 써내려 간다. 팔달교를 지나면서 더욱 유장한 필체로 내리그어, 낙동강과 만나는 화원읍 구라리 부근에 이르러 하루 분의 집필을 완성한다. 고모령 너머 봄비 내리는 팔현 마을 부근. 오늘은 왜가리 몇 마리 천천히 걸음을 옮겨 디디며 물의 문맥을 읽고 있다. 긴 부리로 어려운 구절에 밑줄을 그으며, 낯선 단어 위에 쿡, 쿡, 방점을 찍어가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