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자작나무는 오래 목마른 가뭄에 대하여 말이 없다. 팔달교의 극심한 체증이나, 와룡산 능선에 붉게 걸리는 노을에 대하여, 기름띠 묻은 낙동강이나 언제 지정될지 모르는 위천공단에 대하여, 그 위를 날으는 물새의 지친 날개에 대하여 말이 없다. 용병이 득실거리는 프로 농구나 실업에 대하여, 외채에 대하여, 물가에 대하여, 나의 목감기에 대하여 말이 없다. 미루나무 어린 가지를 흔들어 불과 얼음을 풀어내는 봄바람의 집요한 손길에 대하여, 산수유 어린 꽃잎을 앞세우고 밀려오는 봄에 대하여, 세상 모르고 마구 몸 달아오르는 목련이며 벚꽃의 뜨거운 신열에 대하여 말이 없다. 자작나무는 그 신열을 뚫고 흐린 하늘 속으로 부풀어오르는 희고 둥근 희망 같다. 흐물흐물 허물어져 내리는 텅빈 비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