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나무 아래 차를 세우다
잎사귀와 잎사귀가 서로 기대고 겹쳐져 만드는 푸른 그늘 아래, 스르르, 망사처럼 얽고 긴 잠 속으로 빠져든다. 잠 속으로 비가 내린다. 비는 먼저 잎사귀를 적신다. 가지를 따라 홀러내리기도 하고, 잎맥을 따라 흐르다가 굵은 물방울로 맺혀 은색 잠의 지붕위로 떨어지곤 한다. 툭, 투둑, 후두둑. 북소리는 실제로 두드리는 곳보다 먼 곳으로부터 울려온다. 오른 쪽 백밀러의 하단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사물이 거울에 비치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북소리는 더 아득한 곳으로부터 울려 오는데, 후둑, 후두둑, 미선나무는 비 그친 뒤에도 한참을 더 잠의 언저리를 두드리며 비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