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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새삼스레 도포가 입고 싶다. 세모시 눈 시리게 다듬이질하여 허위허위 들길 걸으며, 긴 소매 키낮은 들풀이며 들꽃들 어질게 쓸면, 나는 비로소 한 사내로 걷는 것이리. 바람에 몸 눕히는 풀잎의 힘센 슬기며 가장 높은 숲의 여린 끝마다 그의 훈향 자욱한 흙의 가없는 襟道! 내 이윽고 깊이 안길 것이므로, 거듭 발길 막아서는 세상을 건너, 어린 풀잎들 어질게 쓸며이루 못혜아릴 사랑으로 가야 할 먼 길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