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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드는 男子

-이영춘, 1992

 

흰 이불이 물결같이 그의 몸을 덮고 있다

그 물결 아래서 그의 몸은 물결따라 일렁인다

일렁이는 것은 몸이 아니라 잠들지 못하는 그의 잠

그의 불면은 이윽고 가수면의 홍몽으로 이어지리

저 고요한 이불이 불면의 끝에서부터

붉은 격류가 되어 그의 잠을 휩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