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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박기

 

거실의 벽에 붙어서서 못을 박는다. 세멘못을 박는방법은 서서히, 점진적으로, 하염없이 망치질을 하는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힘차게 몇 번 박아주는 것이다. 요즈음의 못은 불꽃을 튀기며 부러지거나 든든히 박히거나 하지만, 왼손을 타고 흐르는 전율은 늘 불안하고 이가 시리다. 오히려 망치가 상하는 오늘의 못박기여. 드릴로 대문의 철판을 뚫어 보조키를 달고, 염산을 자욱이 부어 하수구를 뚫는 일들이 필요한데, 이런 건 다 높이높이 벽을 쌓는 일이며, 안으로 캄캄히 저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알미늄 파이프를 잘라 잇고 볼트와 너트를 조여 방범창을 만드는 인부에게, 더 든든히 죄어 달라고 당부하며 안심하는 내 어두운 가슴에 견고한 빗장 삐꺽 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