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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귀가

 

사진들 속에는 한살박이 아들의 사진이 있다.

고뇌와 이념이 스며들 틈이 없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운 한 살이 담겨 있다.

엷은 솜이불 밖으로는

일곱살박이 아들의 잠든 얼굴이 고요히 있다.

많이 컸구나!

벽과 방바닥 사이,

사진들과 이부자리 사이에서 너는 아직 고운데,

아버지의 시간은

쓸쏠히 흘러가고 있었나 보다.

이놈 너도 크면 담배를 하고 술을 배우게 되겠지.

아니지 그런 건

그보다 영 더 어려운 세상을 배우다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거지.

깊은 밤 네 잠의 이마를 짚는 아버지의 손을.

아무 뜻없이 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오래 쓸어넘기고 있는 거친 손을,

이렇게 하면 뜻밖에도 세상의 일들이 잠시 잊히는,

이 부질없는 반복을 오래 기억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