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편지

 

참으로 기쁜 일만이 있기를 바란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기쁨과 사유가

함께 깊어가기를 또 바란다.

내 곁을 흐르는 길고 안타까운 시간이

강물 같은 기쁨의 시간이 되어

네 곁을 흘러가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 시간들이 길거나 너무 급해도 괜찮으리.

아프고 안타까와도 괜찮으리.

그러므로 네게 너무 깊지 않은

절망과 상심이 함께 하길 바란다.

홀로 가을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거기 내 가슴과 같은 황량한 벌판 위로

바람 불고

여위고 수척한 겨울이 있을 것이니

도저히 돌아서지 말며

으스스 떨며

빈 몸으로 오래 서 있기를 바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65 [자서] file
64 목련
63 긴 강
62 젖음에 대하여
» 편지
60
59 송욱을 생각함
58 아빠는
57 길 잃기
56 만파식적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