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참으로 기쁜 일만이 있기를 바란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기쁨과 사유가
함께 깊어가기를 또 바란다.
내 곁을 흐르는 길고 안타까운 시간이
강물 같은 기쁨의 시간이 되어
네 곁을 흘러가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 시간들이 길거나 너무 급해도 괜찮으리.
아프고 안타까와도 괜찮으리.
그러므로 네게 너무 깊지 않은
절망과 상심이 함께 하길 바란다.
홀로 가을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거기 내 가슴과 같은 황량한 벌판 위로
바람 불고
여위고 수척한 겨울이 있을 것이니
도저히 돌아서지 말며
으스스 떨며
빈 몸으로 오래 서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