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젓대 하나로 바다를 다스리던
어진 사람이 그립다.
마디마디 막힌 기막힌 황죽의 마디마다
指孔을 뚫어가던
슬기로운 손이 그립다.
손끝으로 지공을 열고 짚으며
영롱한 소리로 하늘 다스리던 슬기로운 숨결
그립다.
萬派萬派 그 소리 앞에 푸르고 너그러운 등을 보였나니
누가 홀로 한 나라를 다스린다 하리.
감은사 절터에 낙엽이 지고
바다물결 거듭 밀려와
반도의 허리를 아프게 치는데
천년의 숨결 그 안에서 큰 울음 우는
크고 장엄한 황죽 하나.
푸른 동해에 비스듬히 몸 담그고
지공이 막힌 채 버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