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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람에서 한 바람으로

깨끗한 유월의 하오를 부는 바람.

강물은 고요히 산을 기르며

미류나무 잎사귀 사이로 넘실 흐르고 있다.

어디 자라는 것이 산뿐이랴.

떠도는 우리의 슬 픈 발도

강물 곁에서

깊이깊이 뿌릴 내리고 싶지 않느냐.

온몸에 넓고 푸른 잎사귀를 달고 서서

日月의 눈부신 아픔으로 한 겹 나이테를 감으며

어는 기쁜 늦가을날

産苦처럼 잎을 버리고 싶다.

산 그리고 빈 가지로 바람 앞에 서리라.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겨울이 오고

부디 그 겨울이 맵고 시리기를 바란다.

깊고 먼 침묵 속에서

가장 선하고 정직한 말은 난해한 은유로 누워 있나니

지금은 차라리 고요한 시대.

쏠쓸한 기대와 믿음이 조금 있을 뿐,

뚜렷할수록 활자는

우리의 몸을 친다.

바람이 분다.

미류나무 잎사귀와 枯死해 가는 숲의 일부를

흔드는 바람 앞에서

나는 지금

침묵처럼 무겁고 고요한

몇 개의 모국어를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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