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무장을 해제하지 않으면 한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세계다.
원 스텝. 그게 어렵다.
왼발을 내딛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어렵다.
내 왼발의 눈부심은 순간의 어려움에 비례한다.
내가 풍경의 스크럼을 뚫을 때, 풍경도 나를 뚫고 들어온다.
나와 풍경이 만나는 경계에 서서,
나는 그 둘이 서로 어떻게 부딪히고 삼투하는지,
서로 어떻게 부둥켜안고 뒹굴고 뒤섞이는지,
대체 서로 무슨 짓을 하여 어린 풍경을 낳아 기르는지 지켜보고 있다.
나는 오리 할아버지 만인시인선
김선굉 Kim Se on Goeng
1952년 경북 영양 청기에서 남. 1982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장주네를 생각함」, 「아픈 섬을 거느리고」,
「밖을 내다보는 남자』, 「철학하는 엘리베이터」 등 출간. 대구시인협회상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