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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두 그루

 

경상북도교육청 뜰 한 켠에는 늙은 오동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한 아름이 훨씬 넘는 밑둥이 위로 솟구치면서 엄청난 줄기와 가지를 뻗어 올린다.

넓은 잎을 무수히 매달고 하염 없이 보라색 꽃을 피운다.

오동나무는 신천을 거쳐 금호강 기슭으로 나가는 一柱門.

찰년이 넘는 세월을 나는 그 문을 거쳐 몇 번이나 물 가에 앉았던가.

신천은 내게 피안이었으며, 금호강은 더욱 황홀한 피안이었다.

신천은 가는 붓으로, 금호강은 굵은 붓으로 저마다의 자서전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어떤 때는 오동나무가 내 뒤를 따라와 물끄러미 흐르는 물을 바라보기도 했다.

강물이 쓰는 글을 읽으며 오동나무와 함께 밤을 새운 날짜가 여럿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