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커니나무
일주문 두리기둥처럼 거침없이 위로 솟구친 항나무 한 그루.
이종문이 그대는 왜 여기 우두커니 서 있는가 물으니,
내가 왜 여기 우두커니 서 있는지 그대가 궁금해 하라고
여기 우두커니 서 있다고 대답한 바로 그 나무다.
괜히 경주 자옥산 기슭 옥산서원 뜰에 우두커니
서서 이종문을 궁금하게 한 멋대가리 있는 향나무에게 다가가서,
거친 살결을 짚으며 오늘은 내가 묻는다.
그대, 이 추운 겨울날 여기 우두커니 서서 무얼 하시는가.
그냥 심심해서 하늘에 대고 글씨를 쓰고 있다며.
이렇게 한 획 그어올리는 데 한 사백 년쯤 걸렸다며.,
지금도 그어올리는 중이니 말 같은 거 걸지 말라고 했다.
그대가 쓰고 있는 글자가 대체 무슨 자냐고 했더니,
안 그래도 추운데 이종문보다 더 귀찮은 놈이 왔다며,
뚫을 곤(I)자도 모르는 놈이 시인이랍시고 돌아다니느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