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낙동강 긴 언덕을 따라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푸르게 흐르는 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작은 꽃들이 키를 다투며 마구 피어나서 바람에 몸 흔들며 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다.
白衣의 억조창생이 한 데 모여 사는 것 같다.
한 채의 장엄한 은하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흰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 같기도 하다.
모여서 아름다운 것 가운데 이만한 것 잘 없으리라.
이따금 강바람 솟구쳐 언덕을 불어갈 때마다,
꽃들은 소스라치듯 세차게 몸 흔들며 아우성쳤다.
바람은 낱낱이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호명된 꽃들은 저요. 저요, 환호하는 것이었다.
저 지천의 개망초꽃들에게 낱낱이 이름이 있었던가.
바람은 거듭 꽃의 이름을 부르며 불어가고 꽃들은 자지러지며 하얗게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그 놀라운 광경에 넋을 빼앗긴 내 입에서 무슨 넋두리처럼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詩人은 좆도 아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