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플러
대가천은 겨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욱한 억새며 갈대들, 망초꽃 여뀌꽃 마른 대궁 바람에 흔들리는 그 사이로 흐르는 강물 보인다.
그 위로 물오리 떠다니거나, 물 속으로 고개를 쳐박거나 물 위로 낮게 나른다.
저만치 묵상에 잠긴 왜가리 한 마리 정물처럼 멈추어서 있다.
한 차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흔들기도 하면서,
풍경은 순한 짐승처럼 푸른 하늘 아래 숨쉬며 자라고 있다.
나는 대가천의 가장 아름다운 한 굽이를 끊어 목에 건다.
음, 대가천이 제 아무리 길고 아름다워도 가장 아름다운 머플러는 딱 한장 만들어질 뿐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