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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함지산의 절개지는 가파르다대구 안동 간 국도가 확장될 때마다 여러 차례 깎여 나갔다그 곁으로 고가도로가 나서 산의 허리를 가로지른다이제 8차선 도로로도 길이 막혀 국우동 쪽 팔공산 자락으로 터널이 뚫리고금호강 하류를 건너는 매천대교 교각이 버섯처럼송아지 뿔처럼 돋아나고 있다오늘 아침 산의 절개지를 덮은 하얀 찔레꽃저들은 오래 꽃피우기를 준비해 오면서가시를 세우고 가지를 쳐나갔으리라저 가파른 벽을 타고 오르는 슬픈 백의의 무리들몇 번의 신호에도 차는 고가도로 꼭대기에서 주춤거리고나는 자주 고개를 돌려 찔레꽃을 본다저 멀리 팔달교까지 잘 짜여진 모자이크처럼거대한 파충류의 등처럼느리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자동차의 행렬이 보인다이른 아침 두 손으로 핸들을 부여잡고 생의 한 굽이를 돌고 있는 사람들이 아침 저 차들 속에는 희고 창백한 와이셔츠의 앞섶을 눈물로 적시는 남자가 있으리라.


김선굉 시집 제7집 75편 (2020년) 시선집

시선집은 그간에 펴낸 시집속에서 나름 발췌하여 뽑은 시를 모은 책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시작~
77 ■ 시인의 산문
76 위천에서
75 우기(雨期)의 시
74 모과를 위한 서정시
73 열모의 노래
72 그리움의 시
71 서른
70 금호강 하류
69 고독
68 라일락의 시
67 별을 보며
66 二月을 위하여
65 귀가
64 사물시
63 진도아리랑
62 강원도아리랑
61 밀양아리랑
60 정선아리랑
59 쓸쓸한 풍경
58 만파식적*
57 처서
56 그대에게로 가리라
55 가을 우화
54 아빠는
53 송욱을 생각함
52 목련
51 젖음에 대하여
50
49 저것은 완성일까
48 석남사 백일홍
47 카드를 넣으며
46 송영당에는 뱀장어가 산다
45 몰아
44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3 나비까페
42 흐린 오후
41 담배 피우는 남자
40 두 시의 서재
39 밖을 내다보는 남자
38 노을을 보며
37 물 위의 오리
» 찔레
35 탑이 내게로 오다
34 통증
33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32 전위에 대하여
31 철학하는 엘리베이터
30 술한 잔에 시 한 수로
29 두 귀
28 콘트라베이스
27 빈 술잔을 위하여
26
25 붉은몸
24 낙엽은 제 이름을 부르며 진다
23 동강
22 금호강
21 너는 붉게 흐른다
20 목련
19 나는 그때 속으로 울었다
18
17 눈썹담
16 분별
15 탑리 일박
14 호수
13 사진
12 산당화
11 섬말나리
10 길고 따뜻한 팔
9 백당나무 열매는 안이 환해요
8 우두커니나무
7 굴참나무
6 머플러
5 달을 품다
4 시인
3 나의 사랑은 이렇다
2 붉은 하늘
1 [시인의 말]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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